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달려라 오토바이

천송희 2023. 6. 12. 20:51

별자리 신화에서 막장 드라마를 읽고 분노하다 현실적 소재의 그림책을 펼치고는 다시 웃을 수 있었다. 엄마 아빠 둘다 일하는 가족.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서 셋을 다 안고 업고 오토바이에 타서 일터로 집으로 다닌다. 엄마 등에 매달린 셋째의 뚱한 표정이 너무 사랑스럽다 (앗, 부님의 예쁜 아가 사진이 떠올랐습니다) 아빠가 한동안 건설현장에 가있는 동안 오토바이는 서있고 아빠 걱정이 되지만 아빠가 다시 오시자 환한 엄마 아빠 표정에 색색 풍선이 날리면서 온가족은 처음으로 노동 현장이 아닌 나들이를 간다. 하루하루가 어렵지만 이 아빠는 가족을 책임지려하고 엄마도 함께 일하며 아이들은 부모를 믿고 사랑한다. 이 아빠는 도망가지 않는다.

작가는 우연히 듣게 된 어느 가족의 이야기에 착안해 그림책을 구상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족에게 이동 수단이자 생계 수단인 오토바이가 어느 순간 단순한 탈것을 넘어서, 고락을 함께하며 이 가족을 연결하는 구성원의 하나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달려라 오토바이 의 단순한 이야기가 전하는 행복의 비결은, ‘두려움을 건너뛰지 않는 것’입니다. 오토바이는 비가 오는 날이라고 해서 머뭇거리지 않습니다. 다만 다른 날보다 천천히, 조심조심 달릴 뿐입니다. 이 책의 뒷표지에 그려진 색색의 풍선처럼, 돌아보기 전에는 보이지 않지만 엄연히 그곳에 있는 것, 부지런히 가족의 뒤를 따라오고 있는 것이 바로 행복일 테니 말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