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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송희 2020. 12. 30. 17:16

삶은 누구에게도 특별히 호의적이지 않다, 그 사실을 알면서 걸을 때 내리는 진눈깨비. 이마를, 눈썹을, 뺨을 물큰하게 적시는 진눈깨비. 모든 것은 지나간다. 그 사실을 기억하며 걸을 때, 안간힘을 다해 움켜쥐어온 모든 게 기어이 사라지리란 걸 알면서 걸을 때 내리는 진눈깨비. 비도 아니고 눈도 아닌 것. 얼음도 아니고 물도 아닌 것. 눈을 감아도 떠도, 걸음을 멈춰도 더 빨리해도 눈썹을 적시는, 물큰하게 이마를 적시는 진눈깨비.- 진눈깨비 중에서한강 작가님의 소년이 온다를 처음 읽고 큰 충격을 받아서 작가님에 대해 찾아보고, 다른 작품들도알아 봤어요. 채식 주의자는 제가 읽기에는 아직 아닌 것 같아서 흰을 구매했는데 정말 좋았습니다.한강 작가님은 저한테 믿고 보는 작가님이에요 ㅠㅠ

한강 새로운 소설 흰
사라질-사라지고 있는-아름다움……
더럽혀지지 않는 어떤 흰 것에 관한 이야기

흰 것에 대해 쓰겠다고 결심한 봄에 내가 처음 한 일은 목록을 만든 것이었다.

작가 한강의 신작 소설로, 흰 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2013년 겨울에 기획해 2014년에 완성된 초고를 바탕으로 글을 다듬어 2016년 5월에야 간신히 완성되었다. 수를 놓듯 땀을 세어가며 지은 책, 그런 땀방울로 얼룩진 책이다.

그렇게 작가로부터 불려나온 흰 것의 목록은 총 65개의 이야기로 파생되어 ‘나’와 ‘그녀’와 ‘모든 흰’이라는 세 개의 부 아래 스미어 있다. 한 권의 소설이지만 때론 65편의 시가 실린 한 권의 시집으로 읽힘에 손색이 없는 것이 각 소제목 아래 각각의 이야기들이 그 자체로 밀도 있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비교적 얇은 볼륨감을 가진 이 한 권의 소설은 쉽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다. 천천히 아주 느릿느릿 읽게 하다가, 흐린 연필 한 자루를 들어 문장에 혹은 단어에 실금을 긋게 하다가, 다시금 앞서 읽은 페이지로 돌아가 그 앞선 데서부터 다시금 읽기 시작하게 만들 것이다.

내 마음의 멍울 같은 게 책장에 스미면서 점점 묵직해져가는 소설 흰 의 무게감을 받치기 위해 불려나온 흰 것들을 되짚는 과정 속에 진정한 제 속내를 들켜주기도 한다. 흰 것을 떠올리고 불러내고 불러주고 글로 쓰는 일련의 과정이 결국은 흰 것을 보고 흰 것을 읽는 우리를 치유시켜주는 일이 아닐까.

환부에 바를 흰 연고, 거기 덮을 흰 거즈 가 결국 한강이 말하고자 하는 소설이라는 장르의 역할이자 또다른 의미에서의 정의가 될 것이다.

[흰]

1-나
-… 9
문 … 15
강보 … 18
배내옷 … 20
달떡 … 22
안개 … 26
흰 도시 … 29
어둠 속에서 어떤 사물들은 … 34
빛이 있는 쪽 … 35
젖 … 37
그녀 … 38
초 … 39

2-그녀
성에 … 47
서리 … 48
날개 … 49
주먹 … 50
눈 … 51
눈송이들 … 54
만년설 … 56
파도 … 58
진눈깨비 … 59
흰 개 … 60
눈보라 … 63
재 … 66
소금 … 67
달 … 69
레이스 커튼 … 71
입김 … 72
흰 새들 … 73
손수건 … 76
은하수 … 77
하얗게 웃는다 … 80
백목련 … 81
당의정 … 82
각설탕 … 83
불빛들 … 85
수천 개의 은빛 점 … 86
반짝임 … 87
흰 돌 … 88
흰 뼈 … 89
모래 … 90
백발 … 91
구름 … 94
백열전구 … 95
백야 … 96
빛의 섬 … 97
얇은 종이의 하얀 뒷면 … 98
흩날린다 … 100
고요에게 … 101
경계 … 104
갈대숲 … 106
흰나비 … 108
넋 … 109
쌀과 밥 … 111

3-모든 흰
-… 117
당신의 눈 … 118
수의 … 120
언니 … 121
백지 위에 쓰는 몇 마디 말처럼 … 123
소복 … 124
연기 … 125
침묵 … 126
아랫니 … 127
작별 … 128
모든 흰 …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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