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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연예인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그룹을 이루고, 공연 등이 있는 날이면 자신이 좋아하는 이와 같은 복장, 특정 색 풍선 아래서 한 목소리를 내는 친구들. 우리는 그들을 ‘팬’이라고 부른다. 유심히 살펴보면 대개가 10대 중후반의 청소년들인데,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들 중 일부는 심취의 정도가 깊어 적잖은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좇는다. 사랑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많은 이들은 얼굴을 찌푸려감서 “빠순이”라는 단어를 내뱉는다. 생각 없이 입에 담았던 그 단어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빠순이가 술집 바(bar)에 나가는 유흥업소 종사 직업여성을 일컫는 말로도 사용된다는 설명을 접하고 나니 기분이 묘해진다. 연예인을 추종하는 이들이 여성보다 남성이 많았어도 이런 말이 탄생했을까. 나이 어린 여성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이유로 홀대하고 얕잡아 보는 시선이 일파만파 퍼져나갈 수 있었던 건 아닐지를 묻게 됐다. 빠순이는 세대 차별과 성 차별의 문제라는 저자들의 항변 앞에서 나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끼를 타고난 모든 사람이 연예인으로 성공하진 못한다. ‘연예 산업’이라는 말이 성립하듯 오늘날 연예인은 잘 만들어진 하나의 상품이다. 장기간의 연습생 생활을 거쳐 스타가 되기 위해 개인이 들이는 노력은 대단하다. 기획사 입장에서도 적잖은 투자를 감행했을 것이다. 따라서 연예인을 좋아한다는 건 자본에 의해 잘 가공된 상품을 소비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그러나 오늘날 팬들은 영리하다. 나이가 어리다 하여 일방적으로 자본의 놀음에 놀아나진 않는다. 누굴 좋아하고 싫어하고는 다분히 개개인의 기호에 따른다고 치더라도 이후 팬들이 보이는 행동은 역으로 자본을, 더 나아가 정책을 움직이기도 한다. 맹목적인 추종 집단이 아니란 소리다. 사람이 모이는 것이다 보니 그 안에서 공동체의 형성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관계 맺기에 서툰 이가 연예인을 매개로 대화를 이어나가고 친구를 사귄다. 공연이나 콘서트 현장에서 같은 연예인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대화를 트고 관계를 맺는 일도 부지기수다. 그런가 하면 현장의 분위기를 제 친구에게 생중계하며 관계를 돈독히 다지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행위의 중심에는 연예인이 존재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스타가 아니라 모여 있는 우리들”이라는 말이 성립 가능할 정도로, 그들이 중시하는 건 다름 아닌 관계이다. 물론 언제나 사이가 좋은 건 아니다. 많은 멤버를 거느린 그룹의 경우 특정인만을 좋아하는 행위를 배제하기도 하며, 누가 자신의 스타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장악했는지를 두고 암암리에 경쟁이 일기도 한다. 근데 이는 어느 집단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지 싶다. 철없는 여자 아이들이 연예인에 푹 빠져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만은 결코 아니다. 종교와도 같은 몰입을 보이곤 하는 십대들의 모습을 많은 이들은 비난한다. 그렇게 맹목적이어서 쓰겠느냐, 네가 좋아하는 스타는 네 존재를 알지도 못한다는 그 말, 맞다. 하지만 스포츠 스타를 좋아하는 것과 정치인을 좋아하는 것, 연예인을 좋아하는 것 간의 차이를 굳이 따질 필요가 있을까. 가요 순위 프로그램 폐지 운동을 벌이고, 스타의 생일 등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기부하고, 심지어 촛불 시위에 동참하기까지 하는 그들을 생각이 없는 어린 것들이라 말하는 건 옳지 않다. “빠순이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찐득한 사람이었느냐”저들의 사랑 또한 그대들의 사랑과 마찬가지로 로맨스다.
빠순이 아빠와 빠순이 딸의 ‘빠순이 예찬론’
빠순이 알기를 연탄재처럼 아는 전 사회적 음모에 저항하라!
빠순이들이여! 이제는 인내하지 말자, 새우젓 없는 대중문화는 허전하다!

빠순이란 무엇인가? ‘오빠 순이’의 줄임말이다. ‘오빠에 빠진 어린 여자아이’라는 의미이며,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 같은 대중 스타들의 열성적인 팬을 비하해 부르는 말이다. 보통 10대 소녀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좀더 적극적이고 맹목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특징이 있다.

‘적극적이고 맹목적인 태도를 취’하는, 즉 방송국이나 연예인들의 집 앞에서 몇 달간 기거하 거나 좋아하는 음악 그룹이 해체하면 자살특공대를 조직하 는 빠순이가 얼마나 될까? 저자들은 그런 빠순이는 ‘일탈’ 또는 ‘최정예’로 보면서, 빠순이를 넓고 엷은 의미, 즉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열성 팬’의 수준으로 생각한다. 팬에는 세 부류가 있다. 주로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안방팬’, 공개 방송을 보러 다니는 ‘공방팬’, 연예인의 사생활을 쫓아다니는 ‘사생팬’이다. 이 책은 적극적인 ‘빠순이 옹호론’이다.

일탈은 상대적 개념이다. 기성 사회는 ‘상식’에 반한다고 간주되는 어떤 사회적 현상을 일탈로 규정함으로써 그 현상의 사회적 의미를 축소하거나 은폐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런 경향에 반대하는 저자들은 ‘상식의 폭력’을 역이용하면서 빠순이는 전 사회에 편재하며, 빠질은 전 사회적 현상임을 말한다.

저자들은 빠순이 현상을 프랑스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말한 ‘과잉 순응에 의한 전복’ 전략이라고 말한다. 이는 거울처럼 시스템의 논리를 흡수하지는 않으면서 복사하고 의미를 반영시킴으로써 그 논리를 뒤집어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빠순이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찐득한 사람이었느냐 는 이진송의 항변이 강한 울림을 주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게다.


머리말 1 나는 빠순이의 아빠였다! 010
‘빠순이’를 부정의 수렁에서 건져내기 | 빠순이들이 누려 마땅한 인권의 회복을 위하여 | 빠순이 딸과의 소통과 연대 | 많아지면 달라진다 는 법칙

머리말 2 나는 빠순이였다! 021
나의 관심을 끈 [god의 육아일기] | 새로운 환경의 부담과 압박 | 나를 사로잡은 동방신기 오빠들 | 서로 말이 통했던 동방신기 팬들과의 친교 | 아직도 내 방에 남아 있는 동방신기의 흔적

제1장 빠순이 발로 차지 마라 : 빠순이에 대한 전 사회적 배은망덕 037
빠순이는 세대차별과 성차별 문제다 | 빠순이들은 불가촉천민인가? | 왜 내 돈 내고 보는 공연에서 이렇게까지 당해야 하나? | 빠순이 가르치려 들지 마라

제2장 팬은 자본에 의해 놀아나는 바보가 아니다 : 팬덤의 재평가 055
왜 ‘수지 열애설’에 1,840건의 기사가 쏟아졌나? | 수천억 원대의 시가를 자랑하는 대형 연예기획사들 | ‘논문’과 ‘잡글’의 구별짓기, 너무 심하지 않나? | 팬들의 ‘기호학적 게릴라 투쟁’ | 팬덤 내부에서 얻는 재미나 연대감이 중요하다

제3장 넌 누구 닮아서 그 모양이니? : 소속되고 싶은 열망 073
팬 그룹에 끼지 않으면 학교생활에서 소외될 정도 | 노사모는 H.O.T. 팬클럽을 본떴다 | 왜 ‘개인팬’과 ‘잡팬’을 혐오하는가? | ‘인정의 통속화’가 극에 이른 사회와 학교 | 왜 고등학생들까지 ‘과잠’을 입어야 하는가? | 공부 외엔 소통의 주제가 될 수 없는 ‘소통 불능’ 체제 | 팬덤 외에 어디에서 ‘순수한 관계’를 찾을 수 있나? | ‘상상의 공동체’로서의 팬덤 공동체 | 각자의 ‘섬’도 지키되 섬끼리 연결하는 ‘다리’도 만들자

제4장 중요한 것은 스타가 아니라 모여 있는 우리들이다 : 팬덤의 창발 109
우리들끼리 모인다 는 사실이 중요하다 | 스타는 바뀌어도 ‘팬질’은 못 그만둔다 | 뉴스와 스타는 어떻게 ‘소통의 도구’가 되는가? | 다른 팬들과 인연을 맺는 것에 더 큰 즐거움을 느꼈다 | 네가 그때 동방신기 얘기해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 | e스포츠 팬덤과 인터넷 개인방송 시청 공동체 | 왜 팬들은 ‘팬픽’과 ‘멤놀’을 하는가?

제5장 내가 우리 오빠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 : 팬덤 공동체 내부의 인정투쟁 135
스타에 대한 정보력은 비공식적 문화자본 | 인터넷이 가능케 한 ‘고퀄리티의 팬질’ | 또래집단의 압력에 순응하지 않기는 어렵다 |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 왜 팬클럽은 수십 개로 나뉘어 존재하는가? | ‘던바의 수’의 원리에 따른 팬덤의 분화

제6장 진짜로 오빠를 위하는 건 우리들이다 ? : 사생팬의 투쟁 157
일단 사생을 뛰면 절대 그만둘 수 없다 | 우리끼리 노는 게 재미있어서 나오기도 한다 | 빠순이와 사생팬을 혼동하면 안 된다 | 사생팬들끼리의 유대 관계가 중요하다 | 사생팬은 ‘저항’에 가장 충실한 팬인가? | 팬의 어원인 ‘퍼내틱’의 10대 특성 | 광신자들은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제7장 동방신기 때문에 촛불 시위에 나왔어요 : 팬덤의 진화 179
팬덤이 참여한 ‘가요 순위 프로그램 폐지’ 운동 | 기획사는 스타의 피를 빨아먹는 존재 | 왜 동방신기 팬들은 촛불 시위에 동참했는가 | ‘조공 문화’와 ‘기부 문화’의 거리는 멀지 않다 | 서태지의 은퇴 후에도 건재한 서태지의 팬클럽 | 팬덤 공동체는 ‘선물경제’의 텃밭이다 | 선물경제는 자본이 착취하는 ‘무임 노동’인가? | 팬덤을 폄하하는 ‘마케팅 결정론’의 독재 | 상업성과 대중성은 동전의 양면 관계가 아닌가? | 결정론식 사고를 벗어난 ‘퍼지식 사고’ | 넛지와 재미 이론에 근거한 귀납적 개혁

제8장 나의 팬덤은 아름답지만 너의 팬덤은 추하다 ? : 스포츠 팬덤과 브랜드 팬덤 213
성인과 10대를 차별하는 세대차별인가? | 왜 스포츠 팬덤을 ‘마지막 이웃’이라고 하는가? | 훌리건은 무엇을 위해 난동을 피우는가? | ‘후광반사 효과’에 집착하는 스포츠 팬덤 | 브랜드는 새로운 종교다 | 샤오미 팬덤과 스타벅스

맺는말 그래, 나 빠순이다! 237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 학문에 대한 애호나 스타에 대한 애착은 다르지 않다 | ‘일반인 코스프레’를 해야 하는 ‘새우젓’들의 슬픈 운명 | 빠순이들이여, 이제는 인내하지 말자

주 247


 

[대여] [세트] 조지 오웰 컬렉션 (전2권)

방화벽이나 인터넷셧다운, 접속 방해 등이 발생하는 일이 드물고포스트 인터넷 예술의 초점이 소셜미디어와 소비 및 디스플레이의 전략에 맞춰진 국가에 사는 우리그런 우리에게 정부, 군부, 실리콘밸리 엘리트들이 시민간 상호작용을 끊임없이 방해하고 통제 및 재정의하는 새로운 디지털 사이버 공간과 (옆나라처럼 정보를 통제받는) 세계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상황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사실 오웰이 이런 시대까지 예상하며 글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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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박사 데니스 홍의 꿈 설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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