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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사는 귀신

천송희 2024. 2. 13. 09:38


제목이 몹시도 현대적인 느낌이 팍팍~ 전해져 당연히 요즘 아이들이 지은 동시겠거니 생각했다. 마트에 왜, 어떤 귀신이 사는고 했더니 엄마의 지갑을 터는 귀신이며 나를 달디 단 것에 홀리는 귀신들이 엄마의 지갑에 든 현금이며 카드도 털어내고 사탕이며 아이스크림을 먹으라고 나를 노린단다.ㅎㅎ 정말 그렇다. 가기 전엔 오늘은 꼭 요것만 사야지 하고 들어선 마트에서 온갖 물건들이 나도 데려가요~ 하는 것처럼 나의 눈에 쏙쏙 들어오니 말이다. 그러다 가격이라도 조금 싸다싶으면 이것저것 카트안에 담고보니 돌아올 땐 장바구니에 다 들어가지도 않는다. 그러고보니 정말 마트에는 우리의 눈에 보이지않는 귀신들이라도 사는 것일까....... 아빠,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에 아이의 마음 그대로 전해져 깔깔 웃음도, 한 조각 감동도 흘러나오는 동시들이 정말 4~50대를 훌쩍 넘긴 어른들의 작품인 것을 알고 한편으로 감동이 밀려온다. 아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마음에 간직하고 살아가는 어른들의 이야기일까....... 어쩜 그리도 꼭 아이의 속마음, 느낌 그대로일까? 검은 칸 흰 칸 횡단보도를 사다리 삼아 검은 강에서 물귀신이 잡아챌까봐 조심조심 건너는 한 토막 시에서는 딸아이의 모습이 보이고, 문 앞에서 서성이며 선뜻 방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돌아서는 모습에서 나의 속타는 마음도 느껴진다. 아기자기한 그림도 보고 우리의 모습이 담긴 동시가 새삼 좋다~
제5회 푸른문학상 부문 수상자 4명의 수상작들과 역대 수상자 8명의 작품들을 한데 모아 동시집.

동시집 마트에 사는 귀신 은 심심한 곳이 한 군데도 없다. 「단골」, 「검은 콩」을 읽으면 내 마음을 어쩌면 그렇게 잘 읽었나 싶어 맞장구를 치게 되고, 「아빠의 수염」을 읽으면 아빠의 수염을 숲으로 비유한 신선함에 마음까지 싱그러워진다. ‘지름신’이 일상어가 되어 버린 오늘날의 소비 행태를 풍자하는 「마트에 사는 귀신」, 맛있는 떡볶이로 시험을 보는 선생님에 대한 원망이 담긴 「받아쓰기 나빠요」, 일조권의 문제를 아이의 시각으로 다룬 「햇볕 값」까지 말의 재치와 기발한 발상이 넘치는 동시, 톡톡 튀는 발랄한 상상력과 독특한 개성이 넘치는 동시들이 가득하다.


마트에는 지갑을 터는 귀신이 산대요
-「단골」외 12편 (한선자 편)

와르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
-「와르르 와르르」외 15편 (박방희 편)

이야기꾼은 심심해서 이야기를 만들었다
-「심심」외 13편 (이옥용 편)

선사인의 그림일기
-「고추 따는 날」외 9편 (박영식 편)

달이 떠도 달맞이 달이 안 떠도 달맞이
-「바람 바람 바람」 외 15편 (초대시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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