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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으로 그린 듯한 굵은 터치가 인상적인 만화이다. 한국와 일본, 미국의 만화에 익숙한 내게는 굉장히 낯선 그림체였고, 내용상의 무게도 그러했다.
에드몽 보두앵이 작품 말미에 덧붙인 작가의 말을 보면, 에드몽 보두앵은 만화업계에서 만화 파괴자 라고 불렸다고 한다. 만화 가 아닌 예술 을 한다는 것, 만화책 이 아닌 책 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고 한다. 그만큼 철학적인 사유들을 만화로 그려왔다는 이야기다.
문득 일상의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 자신과 가장 어울리는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는 것이 주된 스토리이지만, 표현방식은 기발하고 독창적이다.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강렬한 그림만큼 긴 여운을 남기는 만화다.
프랑스 작가주의 만화의 살아 있는 전설로서, 근 40년간 꾸준히 자기만의 스타일과 이야기를 발전시켜 온 에드몽 보두앵은 만화가 곧 자신의 언어가 되게 하고자 노력한 작가이다. 그는 여행 에서 주인공 시몬의 머리를 터서 인식하고 사고하는 대상과 이어지도록 하고, 그것이 마침내는 우주와 합일에 이르도록 하여 자신의 동양적이며 자연주의적인 작품관을 잘 드러내고 있다. 책 말미에 수록된 ‘만화 대 만화-보두앵이 말하는 만화 여정’은, 그의 작가로서의 길과 작품관에 대한 이해를 도와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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