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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좌파? 제목을 보며, 나야말로, 책 속에 감춰진 것들에 대해 불온한 상상을 했더랬다. 좌파라는 말을 통해 미리부터, 정치적 반감에 대한 이야기를 예상했다면, 나 역시도 현대 정치 문화를 양분화 하는 사고에 이미 깊숙이 물들어 있는 것은 아닌가, 내 생각이긴 하지만, ‘정치’라는 말은, ‘한다.’ 라는 동사 외에는 그다지 어울리는 동사가 없는 듯하다, 쉬운 예로, 공은 던지고, 받는다, 밥은 하기도 하고, 먹기도 하고 대부분의 단어들이 그래도 썩 어울리는 두 개 정도의 상대적인 의미의 동사, 혹은 행위의 동사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정치’를 당한다, 정치를 받는다, 내 짧은 어휘로 아무리 연결해 봐도 피동적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나 혼자 비약하는 것일지 모르지만, 그런즉슨, 정치는 모든 사람이 ‘하는’에 닿아있는 주체적인 단어이지 않을까, 그런 의미로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가 하고 있는 일상의 모든 행위는 정치다. 티브이의 채널을 선택하고, 상품을 소비하고, 영화를 보고, 예술을 관람하는 행위,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단순해 보이는 그것조차도 말이다. 그 모두가 실은 모두 명백히 정치적인 것이라는 논리를 우리는 이 책을 넘기면서 낱낱이 목격할 수 있다. 그럼 우선, 좌파라고 일컬어지는 사람, 그들은 누구인가, 실은 지금껏, 좌파는, 진실을 남김없이 까발리면 되버리곤 했다. 그 어느 시대나 다수가 사용하는 오른손을 사용하지 않은 자, 그들이 좌파가 되어 버렸다. 다수가 진리라고 말하는데 아닌 것 같다며 손을 드는 자, 좌파가 되었다. 여기, 우리가 알려고 하지 않았던, 사실들이 또 한 번 드러난다. 음악과 미술과 인터넷과 영화와 온갖 분야를 아우르는 곳에서 우리는 깜짝 파티라도 하듯, 좌파라는 옷을 입은 그들과 마주친다. 왼손을 들었을 뿐이다. 사실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새로운 것에 대해 혹해 상상력을 발휘했을 뿐일 수도 있다. 만약 이런 식이라면, 우리는 세계의 모든 곳에서 지긋지긋할 정도로 많은 좌파를 색출해 낼 수 있으리라, 그리고 어리석게도 좌파라며 그 존재를 그 상상력을 싹 다 없애 버린다면? 조지오웰이 ‘1984’에서 말하는 그 세계로 직행하는 것이 되는가? 아니면 존 레논이 상상한 평화로운 세상이 될까? 그것을 이 책은 묻고 있다. 어디에나, 어느 시대에나 좌파가 있다. 불편한 진실을 당당히 드러내는 자, 불편한 것들을 우리는 뒷주머니에 감추듯 감추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어느 시대에나 그렇듯, 호주머니에서 떨어지는 진실이 있고, 그것을 주어서 자기 변화의 촉매로 쓰는 자가 있는 것이다. 나는 묻는다, 진실을 안다면, 우리의 일상이 행복할까? 실은 지독히도 머리 아픈 하루하루가 되지 않을까? 음악을 들으며 그의 정치 성향과, 사회적 상황을 생각하고, 피곤에 절어 스트레스라도 털어버리기 위해 선택한 가벼운 영화에서도, 기분 풀이로 한 번해본 게임에서도, 그 나라의 뿌리 깊은 정치색을, 편견을, 숨겨진 자본주의의 논리를 발견해 내야 한다면, 예술을 예술이 아닌 정치논리로 봐야 한다면, 매 번 마주하는 진실들이 불편하고 거북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감춰진 진실이라는 것은 없었다. 모든 것이 명명백백하게 언제나 드러나 있었다. 한 장의 종이 보다 더 얇은 현실은 조그마한 바늘 하나로도 손쉽게 뚫을 수 있었다, 바늘 끝이 날카롭게 다른 한 손가락을 찌르는, 그 찰나의 아픔에 우리는 얇은 현실을 들추기를 감히, 외면하고 있지는 않았는가, 그러나 알고 있다. 진실은 어디에서건 들쭉날쭉 역사라는 긴 실을 따라 내 눈 앞에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할 것이라는 것을, 그리하여 끊임없이 나에게 알기를, 알아차리기를 강요할 것이라는 것을. 복잡한 거리에서도, 골목길에서도, 너른 광장에서깃발처럼 펄럭이는 진실들과 시시때때로 마주쳐야 한다면, 결국 그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더운 여름에도 우리는 서늘한 추위를 느끼는 사람처럼 주머니에 손을 넣고, 고개를 푹 숙이고 걷게 되는것이다. 다만 내 신발의 코만을 바라보며 걸을 뿐이다. 그리고 설령 눈을 들어 깃발을 보았을지언정, 어느 누군가는, 끄집어내려, 밟았을 것이고, 걸레처럼 사용 했을 수 있다. 아니, 어느 누구가 아니다. 내가 그렇다, 나는 한 번도 진실이라는 깃발이 펄럭이는 그 높이까지 눈을 들어 본 적이 없다. 불편했다. 나는 경직된 자세로, 행진 하듯, 걷고 있을 뿐이었다. 진실을 알고서도 그 진실을 다른 이에게 알릴 용기도 없었고, 그것을 행동으로 아주 작은 행동으로라도 옮길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용기가 없음을 알기에 감히 알기를 주저했던 것이다. 허나, 생각해보자. 지금은 혁명의 바바리코트를 걸쳐 입고 서로의 팔짱을 끼고무겁게 걸어나가야만 하는 시대가 아니다. 지금껏 있던 자리에서 벗어나 색다른 자리에 서서 다른 각도로 세상을 보고, 노래하듯 진실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혁명이 피로 물들어야만 한다는고정관념 조차도 우파적이지 않은가, 이 책을 읽었다면, 생각을 깨자. 혁명이일상적이고 가벼울 수 있다는 불온한 상상력을 발휘하자,우리가 일상을 혁명으로 전복시킨다면, 함께 춤을 추게 될지 모른다.체게바라까지, 혁명까지도, 웃음거리로 만들고, 상품화 시키고 소비해 내는 시대이다. 혁명조차도 지금은 파티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가 알던 혁명보다 더 가벼워지고, 핏빛은 연해져야 한다. 춤을 추며 뛰어 노는 축제와 같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제가는... 이라는 말로 한꺼번에 폭발하려는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지금,바로 그 파티 위한 준비를 시작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사회의 급격한 질적 변화 는- 그날 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오로지 그날을 위해 참고, 희생하고, 결의하고 , 투쟁- 하는 것이 아니다. 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 혁명은 그날부터 시작한다고 믿었던 것은 잘못된 생각일지 모른다. 사회, 정치, 경제, 문화, 의식의 급격한 변화가 어느 한 날에 일어날 리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날은 오랜 논쟁과 투쟁, 반란의 결과물이고, 하루하루가 바로 그날 이었습니다. 그 혁명은 나날이 계속되는 일상 속에 지속되는 삶 속에서 계속되고 있었고, 계속되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예전보다 많이 자유롭고, 불순한 상상력 을 요구합니다. 그 자유롭고 불순한 상상력 으로 감추어진 것들을 꿰뚫어보고 더 나은 세상이 가능하다는 즐거운 상상력 으로 바닥부터 전복해 나갈 것을 요구합니다. 그 준비는, 나의 오늘을 꿰뚫고, 내일에 대한 상상을 반전시킴으로서, 일상에 대한 불온하지만 즐거운 상상을 통해, 감히, 일상을 전복시킴으로서,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상상력을 발휘해 보면 좀 더 즐겁고 유익한 새로운 운동들이 가능하지 않을까요?p37 나를 춤추게 하는 것,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 상상하고, 꿈꾸고 움직이게 하는 것, 그게 바로 나와 우리의 혁명이다.
노동단체 의 기관지에 세상야사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글에 자료를 보충하고 글을 다듬어 내놓을 책이다. 사회운동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우리를 둘러싼 일상속의 정치적 논쟁을 보여주어 사회를 새롭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사회운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구석구석 숨겨져 있었던 좌파적 상상력을 키워주는 책이다. 게임과 SF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 예술가들의 정치적인 활동을 다룬 부분, 인터넷을 통해 일어난 사건과 사회적 성격을 분석한 글 등을 만날 수 있다.

1부 만국의 로봇이여 단결하라!
게임(1)_클릭당하는 기분이 어때?
게임(2)_전쟁은 게임속에서도 계속된다
SF(1)_SF는 공상과학이 아니다
SF(2)_SF작가들의 좌우 격돌기
SF(3)_만국의 로봇이여 단결하라!
SF(4)_자본의 노예가 된 로봇
핵티비즘_해커도 운동한다

2부 파시스트가 되느니 차라리 돼지가 되겠다
바그너_히틀러가 사랑했던 바그너
쇼스타코비치_천재 음악가 비참하게 사는 방법
마야코프스키_심장은 탄환을 동경한다
조지오웰_1984년, 좌우 파시즘에 대한 경고
존 레논_민중에게 권력을! 민중에게 상상력을!
피카소_미술은 적에 맞서는 무기이다
미야자키 하야오_파시스트가 되느니 차라리 돼지가 되겠다
첨바왐바_우리는 계급전사들이다

3부 힘내라 바퀴벌레
알베르토 코르다_체 게바라는 너희 상품이 아니다
라 쿠카라차_힘내라 바퀴벌레!
관따나메라-관따나모 아가씨는 잘 살고 있을까?
민중불교_계급없는 사회가 불국정토다
조선혁명선언_민중은 우리 혁명의 대본영이다
음악검열_모든 것을 의심하고, 수상하면 족쳐라

4부 인터넷 광장
2002년, 광화문에서
인터넷이 평등하다는 편견을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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